나스닥 100은 기술 회사만 모아 둔 것일까?
나스닥 100을 두고 「기술주 지수」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실제로 위쪽은 기술 회사가 차지한다.
그런데 목록을 끝까지 내려 보면 음료 회사도 있고 약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
기술만 모은 것이라면 이들이 왜 들어와 있는지 설명이 안 된다.
이 지수는 기술 회사를 고른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으로 걸렀더니 기술 회사가 많이 남은 쪽에 가깝다.
그러면 이 지수는 무엇을 걸렀고 그래서 무엇이 남았는가. 거기서부터 풀어 본다.
후보는 어디서 고를까?
미국 전체가 아니다. 나스닥이라는 한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가 후보다.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는 아무리 크고 좋아도 후보에 들지 못한다.
거래소를 옮기면 그때 후보가 된다.
후보를 정하는 것이 업종이 아니라 「어느 거래소에 있는가」다.
여기에 상장된 지 일정 기간이 지났을 것,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 같은 조건이 붙는다.
여기서 한 가지 갈라 둘 것이 있다. 뉴스에서 「나스닥이 올랐다」고 할 때의 그 나스닥과 이 지수는 다르다.
뉴스 쪽은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를 거의 전부 넣은 지수다. 수천 종목이 들어간다.
이 지수는 거기서 금융을 빼고, 상장 기간과 거래량 조건을 통과한 회사 가운데 위에서 100곳을 자른 것이다.
이름이 비슷한 두 지수가 있다. 하나는 수천 종목이고 하나는 100종목이다.
상품을 고를 때 이 둘을 섞으면 엉뚱한 것을 사게 된다. 상품 페이지의 기초지수 이름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무엇을 걸러 낼까?
앞의 조건들 위에 업종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금융회사를 뺀다.
은행과 보험사가 빠진다. 부동산 쪽은 통째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나눠 주는 형태로 만들어진 회사만 빠진다.
그 자리를 다른 업종이 메운다.
이 한 줄이 지수의 모양을 크게 바꾼다. 미국 증시에서 금융은 큰 덩어리인데 그것을 통째로 뺐기 때문이다.
기술을 고른 것이 아니라 금융을 뺀 것이다. 그러고 남은 자리를 기술이 채웠다.
그래서 이 지수는 「기술주 지수」가 아니라 「조건을 통과한 나스닥 회사 가운데 금융을 뺀 상위 100곳」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음료 회사와 제약 회사가 들어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이 지수가 어떤 해에 왜 잘됐는지를 설명할 때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술이 좋았다」와 「금융이 안 좋았다」는 다른 이야기다. 뒤쪽이면 기술이 제자리였어도 이 지수는 앞설 수 있다.
빠진 업종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 해의 결과를 제대로 읽는다.
거르는 조건의 결이 다르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S&P 500 은 이익을 요구하는데 이쪽은 요구하지 않는다.
이쪽이 보는 것은 거래소 · 업종 · 상장 기간 · 거래량이고, 그 조건을 통과한 뒤로는 크기 순서가 정한다.
미국 대표 지수와는 무엇이 다를까?
흔히 같이 놓고 보는 S&P 500 과 견주면 거르는 방식이 정반대에 가깝다.
- 후보 — 저쪽은 미국 상장 전체, 이쪽은 한 거래소
- 업종 — 저쪽은 가리지 않는다, 이쪽은 금융을 뺀다
- 이익 — 저쪽은 흑자를 요구한다, 이쪽은 요구하지 않는다
- 마지막 결정 — 저쪽은 위원회가 정한다, 이쪽은 순위대로 자른다
이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특히 크다. 게다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모 문턱도 없다 — 크기는 줄을 세우는 데만 쓰인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도 줄에서 위쪽이면 들어온다.
사람이 「이 회사는 아직 이르다」며 편입을 미룰 수 없다는 점도 이 지수의 성격을 만든다.
다만 순위 하나로 매정하게 자르지는 않는다. 위쪽은 자동으로 들어오고, 이미 들어와 있는 곳은 조금 밀려도 한동안 남겨 둔다. 해마다 명단이 요동치지 않게 하려는 장치다.
규칙대로만 자르는 지수는 예측하기 쉽다. 대신 걸러 주는 손이 없다.
사람이 한 번 더 살피는 안전장치는 없지만, 정해진 규칙 밖의 판단도 끼어들지 않는다.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면 어떻게 될까?
비중은 회사 크기대로 준다. 다만 그대로 두지 않는다.
한 회사가 지나치게 커지면 그 몫을 눌러 준다. 큰 회사 몇 곳의 합이 일정 선을 넘어도 마찬가지다.
선을 넘으면 정해진 날이 아니어도 손질에 들어간다.
100종목뿐인 데다 업종 하나를 통째로 뺐으니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쏠림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상한만 걸어 둔다.
쏠림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지나친 쏠림만 막는 장치다.
목록 자체는 해마다 12월에 한 번 정리한다. 크게 밀린 곳이 나가고 새로 오른 곳이 들어온다.
숫자로 한 번 따라가 보면 상한이 하는 일이 보인다.
100종목에 크기대로 비중을 주면 위쪽 몇 곳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가는 일이 생긴다.
그 몇 곳이 함께 흔들리는 날에는 나머지 아흔몇 곳이 버텨도 지수가 밀린다.
상한을 걸면 그 몇 곳의 몫을 덜어 아래로 나눠 준다. 목록은 그대로인데 흔들림의 무게가 옮겨 간다.
다만 덜어 낸 몫이 크지는 않다. 상한은 지나친 쪽만 누르는 장치라, 「100종목에 골고루 나눠 두었다」와는 거리가 멀다.
이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들은 어떻게 갈릴까?
미국에 상장된 대표 상품이 하나 있고, 국내 증시에도 여러 운용사가 같은 지수로 상품을 냈다.
지수가 같으므로 보유한 회사와 비중은 사실상 같다.
같은 지수를 따르는 상품끼리의 차이는 지수 밖에서 생긴다.
- 어느 통화로 사고파는가 — 원화로 재는 내 자산에는 어느 쪽이든 환율이 실린다. 환전을 언제 하느냐가 갈릴 뿐이다
- 환율을 막아 뒀는가 — 이름 뒤 「(H)」가 그 표시다
- 분배금을 얼마나 자주 내보내는가 — 쌓아 두는 형태도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내보내게 되어 있다
국내 상장분은 지수가 제자리인 날에도 값이 움직인다. 그날 원화가 강해졌으면 깎여 있다.
이름 뒤에 「(H)」가 붙은 상품은 그 흔들림을 줄여 둔다. 다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 정해진 비율만큼 정해진 때에 맞춰 두는 방식이라 그 사이의 움직임은 남는다.
막아 두려면 계약을 계속 새로 맺어야 하고, 그 손익이 상품 안에 쌓인다. 두 나라의 금리 차이에 따라 빠져나가기도 하고 보태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답할 수 없다. 원화가 약해질 때 얻는 몫을 가져갈 것인지, 그 흔들림을 값을 치르고 덜어 낼 것인지가 갈릴 뿐이다.
분배금을 쌓아 두는 형태는 또 다른 교환이다. 자주 꺼내지 않는 만큼 상품 값에 그대로 얹혀 굴러간다.
현금을 꺼내 쓰려는 목적에는 불편하고, 그대로 두려는 목적에는 손이 덜 간다.
같은 지수도 어떤 상품으로 샀느냐에 따라 실제 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
상품을 고를 때 확인할 것은 결국 2줄이다. 기초지수 이름이 같은가, 그리고 이름 뒤에 무엇이 붙어 있는가.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이다
나는 이 지수를 「시장 전체」로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
업종 하나를 통째로 뺀 지수다. 뺀 쪽이 잘나갈 때는 뒤처지고, 남긴 쪽이 잘나갈 때는 앞선다.
그것을 시장 전체라고 부르면 잘 맞은 해에 내 판단이 좋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업종을 빼고 만든 지수는 「시장」이 아니라 「선택」이다.
내가 시장 지수에 자리를 두는 이유는 내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자리를 하나 두려는 것이다.
그 목적이라면 업종을 빼지 않은 쪽이 맞았다. 그래서 축은 그쪽에 두고, 이쪽은 그만큼 두지 않았다.
다만 이 판단이 성과로 옳았다고는 못 하겠다. 지난 몇 해만 놓고 보면 반대로 했어야 했다는 말도 가능하다.
내가 고른 것은 성과가 아니라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얻은 것은 이것이다. 잘 맞은 해에 덜 우쭐하고, 안 맞은 해에 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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