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가 초보에게 좋다던데, 뭐가 어떻게 좋은 걸까?
ETF라는 것을 알게 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아, 이제 종목 안 골라도 되는 건가?
기업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던 피로감이 있던 참이라 그 말이 유난히 반갑게 들렸다. 어차피 시장 전체가 오르면 나도 오르는 것 아닌가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첫 ETF를 샀다.
그런데 사고 나서도 신경 쓸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금 사도 되는 가격인지,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 내가 산 이 상품이 정확히 무엇을 들고 있는지. 종목을 고르던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고민이 들어와 있었다.
또다시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개별 종목 대신 ETF를 선택함으로써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간과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흔히 「초보에게 좋다」고 말하는 그 이유를, 좋은 점만 늘어놓는 대신 덜어주는 것과 그대로인 것으로 나눠서 보는 쪽이 훨씬 쓸모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TF는 무엇을 덜어주나?
덜어주는 쪽부터 보자. 이 부분은 분명하고, 생각보다 크다.
첫째, 고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코스피 200을 따라가는 ETF를 한 주 사면 그 안에 200개 기업이 들어 있다. 내가 200개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읽고 비교해서 고른 것이 아니라, 「코스피 200에 들어가는 기업」이라는 정해진 규칙이 대신 골라 준 것이다.
내가 한 일은 그 규칙을 고른 것 하나뿐이다.
게다가 그 규칙은 한 번 정해 놓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지수를 만드는 곳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들어갈 기업과 빠질 기업을 갈아 끼운다. 기준에 못 미치게 된 회사는 빠지고, 새로 기준을 채운 회사가 들어온다.
내가 뉴스를 보고 「이 회사는 이제 아닌 것 같은데」 하고 판단해서 교체하는 일을, 정해진 기준이 대신 해 주는 셈이다.
둘째, 적은 돈으로 나눠 담을 수 있다.
200개 기업을 직접 사려면 주문을 200번 넣어야 한다. 상상만 해도 지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나쁘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을 것이다. 종목마다 한 주 값이 제각각이라는 것. 어떤 회사는 한 주에 몇천 원이고, 어떤 회사는 금액의 자릿수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200곳에 고르게 나눠 담고 싶어도 비싼 종목 몇 개에서 예산이 다 나가 버리고, 나머지는 담지도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ETF는 보통 그 안에 든 비싼 종목 한 주보다도 금액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묶음을 잘게 쪼개 한 주로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ETF 한 주 안에는 종목 비중에 따라 a 종목 n주, b 종목 0.xx주씩 나눠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내 계좌에 0.xx주가 찍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주를 사는 순간 그 안의 종목들에 비중만큼 지분이 생긴다는 점에서, 이렇게 이해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만 원짜리 한 주라면 산술적으로는 한 곳당 오십 원씩인 셈이다.
셋째, 한 곳에서 생긴 사고가 전부가 되지 않는다.
개별 종목을 하나 들고 있는데 그 회사에 악재가 터지면 그 충격이 그대로 온다. 반면 200곳에 나뉘어 있으면 한 곳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그 비중만큼만 반영된다.
숫자로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비중이 3%인 종목에 사고가 나서 주가가 하루아침에 반토막 났다고 하자. 그래도 내가 들고 있는 ETF에 미치는 영향은 1.5% 남짓이다.
같은 일이 그 종목 하나만 들고 있을 때 벌어지면 내 돈의 절반이 사라진다. 같은 사건인데 결과가 전혀 다르다.
이 점은 심리적으로도 꽤 크다. 뉴스 하나에 하루가 흔들리는 일이 확실히 줄어든다.
정리하면 이렇다.
- 무엇을 살지 → 정해진 규칙이 대신 골라 준다
- 얼마나 나눌지 → 한 주 안에 이미 나뉘어 있다
- 한 곳의 사고 → 비중만큼만 온다
ETF가 덜어주는 것은 「무엇을 살까」와 「어떻게 나눌까」다.
초보에게 좋다는 말은 대개 여기까지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실제로 맞다. 나도 이 덕을 봤다.
그런데 그대로인 것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그러니까 ETF는 편하고 안전하다」로 읽어 버리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
첫째, 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대로다.
ETF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라 값이 떨어진다. 그리고 나눠 담는 것은 한 곳에서 생긴 사고에는 효과가 있지만, 시장 전체가 내려가는 구간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200곳에 나눠 담아도 200곳이 함께 내리는 시기에는 나눈 의미가 사라진다. 나눠 담는 것과 안 떨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이걸 미리 알고 겪는 것과 모르고 겪는 것은 차이가 크다. 「분산했는데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대개 가장 흔들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할 책임은 그대로다.
앞에서 만 원짜리 한 주면 한 곳당 오십 원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ETF는 200곳에 똑같이 나누지 않는다. 회사 크기에 따라 비중을 다르게 준다.
그래서 실제로 열어 보면 상위 몇 종목이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200개에 나눠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사실상 몇 개의 큰 회사에 크게 기대고 있는 구성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이 마음에 걸린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 담은 종목에 비중을 똑같이 나눠 주는 ETF다. 흔히 동일가중이라고 부른다.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200곳이면 200곳에 같은 비중을 준다. 「나눠 담았다」는 말이 말 그대로 성립하는 쪽이라, 앞에서 말한 쏠림이 부담스럽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다만 이쪽도 공짜는 아니다. 값이 오르내리면 비중이 저절로 흐트러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고, 그만큼 손이 더 가니 비용도 대체로 더 든다. 그리고 큰 회사와 작은 회사를 같은 무게로 담는다는 것은, 작은 회사 쪽 사정에 그만큼 더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성격이 다른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산 상품이 둘 중 어느 쪽인지를 알고 있느냐다.
여기에 하나 더. 좋아 보이는 ETF를 두세 개 사서 더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셋 다 같은 대형주를 위에 올려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상품 개수는 늘었지만 실제로 나뉜 것은 별로 없는 상태다.
이름이 다르면 다른 것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름은 담는 방식까지만 알려준다.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구성 종목을 직접 열어 봐야 안다.
그러니 결국 이 질문은 남는다.
이 상품은 무엇을, 얼마나 담고 있는가?
그리고 이 확인은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셋째, 언제 얼마나 담을지는 온전히 내 몫이다.
ETF를 골랐다고 해서 매수 시점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전체 자산에서 얼마를 넣을지가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겪은 바로는 이쪽이 종목 고르기보다 어려웠다. 무엇을 살지는 나의 성향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었지만, 얼마나 담을지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 값의 오르내림 → 그대로 남는다
-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 → 그대로 내 몫이다
- 언제, 얼마나 담을지 → ETF를 선택하는 것으로 대응이 되는 범주가 될 수 없었다
ETF는 고르는 수고를 덜어줄 뿐, 판단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개별 종목이 좋은 거예요? 아니면 ETF가 좋은 거예요?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다. 그래서 둘 중에 뭐가 낫냐는 것.
내 생각에 이 질문은 답이 안 나온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장단점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을 살 때
- 무엇을 살지 내가 정한다
- 대신 그 회사를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
- 결과는 내 판단의 결과다
ETF를 살 때
- 무엇을 담을지는 정해진 규칙에 맡긴다
- 대신 어떤 규칙에 맡길지를 내가 정해야 한다
- 결과는 그 규칙을 고른 판단의 결과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ETF를 산다고 해서 고르는 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르는 대상이 종목에서 규칙으로 바뀐 것이라고.
기업 200곳을 비교하던 일에서 「무엇을 담는 규칙인가」를 비교하는 일로 옮겨 간 셈이다.
다만 그 자리가 누구에게나 더 편한 것은 아니다.
기업 하나를 파고드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서 시장 전체를 들고 가는 쪽이 마음 편한 사람이 있다. 낼 수 있는 시간도 다르고, 값이 흔들릴 때 견디는 정도도 다르다.
그래서 이것은 성향의 문제에 가깝다. 어느 쪽이 우수한가가 아니라, 내가 어느 자리에서 덜 흔들리는가다.
덜어준 것이 아니라 옮겨간 것이다. 그 옮겨간 자리가 나에게 편한지가 고르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나 역시 지금 둘 다 들고 있다. 중심은 넓게 담는 쪽으로 두고, 계속 관심이 가는 회사는 따로 조금 들고 가는 식이다.
덜 알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처음 ETF를 알았을 때 나는 「이제 종목 안 골라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절반만 맞는 생각이었다.
고르는 수고는 확실히 줄었다. 200곳을 하나씩 볼 필요는 없어졌고, 적은 돈으로도 나눠 담을 수 있게 됐고, 한 회사의 악재로 하루를 망치는 일도 줄었다.
다만 값이 흔들리는 일도, 내가 무엇을 샀는지 알아야 하는 일도, 얼마나 담을지 정하는 일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이 둘은 갈라서 기억해 두는 편이 좋겠다.
「덜 알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절대 「덜 위험하다」는 의미가 되지 않는다.
ETF가 초보에게 좋다는 말은 앞쪽에 대해서만 맞다. 시작하는 문턱을 낮춰 준다는 뜻이지, 손실이 작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 둘을 붙여서 이해하면 정작 값이 내려갈 때 엉뚱한 지점에서 흔들리게 된다.
혹시 지금 들고 있거나 눈여겨보는 ETF가 있다면, 오늘은 하나만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상품의 구성 종목 상위 열 개와 각각의 비중을 한 번 열어 보는 것.
운용사 홈페이지에 대부분 공개되어 있고 몇 분이면 끝난다. 그런데 그 몇 분이면 내가 나눠 담았다고 생각한 것이 실제로 얼마나 나뉘어 있는지 바로 보인다.
나는 그것을 처음 열어 봤을 때, 내가 산 상품을 그때까지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고르는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무엇을 고르는 일인지 알고 고르는 것과 모르고 고르는 것은 다르다.
그러니 ETF를 선택했다고 해서 게을러지지는 말자. 대신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경제를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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