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렇게 많이 보이는 ETF, 대체 뭘까?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투자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처음에는 유튜브를 보며 개별 종목을 하나씩 탐색하기 일쑤였다. 좋다는 기업이 있으면 찾아보고, 재무제표도 열어보고, 앞으로의 전망도 상상해 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아야 할 것이 점점 많아졌고, 어느 순간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알아봐야 하는 건가?
물론 알아봐야 한다. 내가 투자할 기업이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소중한 돈을 넣겠나.
하지만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내면의 게으름과 싸우며 한동안 「종목」에 집중해 투자 공부를 하던 중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ETF다.
오늘은 이 ETF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투자자들이 ETF를 이야기하는지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ETF는 무엇인가?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상장지수펀드라고 한다.
이름을 그대로 풀면 Exchange Traded는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는 뜻이고, Fund는 펀드다.
즉 ETF는 기본적으로 펀드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TF가 하나의 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전자라는 특정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반면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면, 그 ETF가 담고 있는 여러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이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면 500개 기업의 주식을 일일이 사지 않고도 그 시장 전체에 투자할 수 있다.
여러 종목이나 자산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고, 그것을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것
다만 처음부터 새겨둘 것이 하나 있다.
ETF라는 이름은 담는 방식만 알려줄 뿐, 무엇을 담았는지는 상품마다 전혀 다르다. 그래서 이름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ETF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이 ETF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ETF와 일반 주식은 무엇이 다를까?
ETF가 주식처럼 거래된다고 하니 처음에는 조금 헷갈릴 수 있다.
실제로 증권사 앱에서 ETF를 검색하면 일반 주식과 비슷하게 종목코드와 현재 가격이 나오고, 매수와 매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ETF와 주식은 같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투자 대상이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특정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전자에, 애플 주식을 사면 애플에 투자하는 것이다.
반면 ETF는 여러 종목이나 특정 자산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한 펀드다. 그래서 ETF 하나를 샀을 때 실제로 어떤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지는 그 구성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 S&P 500 ETF → 미국 대표 대형주 시장
- 나스닥 100 ETF → 나스닥 100 구성종목
- 배당주 ETF → 배당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
- 반도체 ETF → 반도체 관련 기업들
- 채권 ETF → 국채·회사채 등 채권
주식은 「회사 하나」를 사는 것이고, ETF는 「무엇을 담을지 정해둔 묶음」을 사는 것이다.
사고파는 창구가 같을 뿐, 손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주식과 펀드의 차이, 그리고 ETF가 펀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이야기할 것이 조금 더 많다. 여기서는 사고파는 방법은 주식과 같고, 안에 든 것이 다르다 정도로 정리해 두자.
ETF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요즘에는 ETF가 너무 흔해서 상당히 최근에 등장한 상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ETF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첫 시도는 1989년 미국이었다. 지수를 통째로 사고판다는 발상의 상품이 나왔지만, 법원이 이를 사실상 선물계약으로 판단하면서 오래가지 못하고 접혔다.
이듬해 캐나다에서 비슷한 상품이 다시 나와 자리를 잡았고, 이것이 오늘날 세계 최초의 ETF로 꼽힌다.
그리고 1993년, 미국에서 S&P 500을 추종하는 SPDR S&P 500 ETF Trust(SPY)가 등장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ETF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대표적인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 대상과 전략이 계속해서 다양해졌다.
한국에서도 2002년 ETF 시장이 처음 개설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ETF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국내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했고, 이제는 증권사 앱에서 주식을 검색하듯 ETF를 검색하고 매수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지금은 말 그대로 ETF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품의 종류가 많아졌다. 주식을 투자전략·테마·성격으로 묶어 관리하는 것을 넘어, 파생상품이나 주식 외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도 다수 등장한 시대가 되었다.
다만 처음이라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정도에서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만기가 없고 구조가 가장 단순한 주식조차 어려운 마당에, 굳이 그보다 복잡한 것부터 손댈 이유는 없다.
ETF가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
ETF가 많은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개별주 투자
- 내가 직접 여러 기업을 골라야 한다
- 기업을 공부하고, 비교하고, 적절한 투자 비중까지 결정해야 한다
- 그렇게 고르고 고른 종목이 악재를 만났을 때의 충격이 꽤 크다
ETF 투자
- 내 투자 성향에 맞는 「주제」에 집중할 수 있다
- 자산운용사가 전략에 따라 종목 선정·비중 조정·정기적인 리밸런싱을 「알아서」 진행해 준다
- 한 종목에 악재가 생겨도 비중만큼만 반영되므로 타격이 미미한 편이다
예를 들어 S&P 500에 투자한다고 하자. 이걸 개별주로 똑같이 따라 하려는 순간, 개인투자자에게는 이미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무려 500개 기업이다.
투자는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한다. 시간이 무한하지 않은 이상 모든 기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무너진다.
반면 ETF를 산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지수 자체에 투자하면 된다. 수많은 종목을 직접 고르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나눠 담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편리하다.
다만 ETF =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ETF 역시 투자상품이라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담고 있는 자산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 시장 전체를 담은 ETF와 특정 산업에 집중하는 ETF가 같은 위험일 리 없고, 레버리지나 인버스처럼 구조 자체가 아예 다른 상품도 있다.
"중요한 것은 ETF 자체가 아니라, 그 ETF가 무엇에 투자하는가다."
이름에는 규칙이 있고,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ETF를 조금만 찾아보기 시작하면 곧바로 또 하나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정말 많다. 그리고 이름도 길고 복잡하다."
그런데 그 이름에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 앞 — 운용사의 브랜드. 어느 회사가 굴리는 상품인지
- 가운데 — 무엇을 담았는가. 지수 이름, 산업, 투자 성격
- 뒤 — 부가 표시. 환율을 어떻게 다루는지, 분배금을 주는지 재투자하는지 같은 것들
내용은 가운데에 있다. 앞에 붙은 브랜드는 만든 회사의 이름표일 뿐이다.
이렇게 끊어 읽으면 처음 보는 상품도 어떤 종류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짐작까지다. 확인은 따로 해야 한다.
이름만 훑어도 대표지수부터 배당, 성장주, 가치주, 반도체, AI, 로봇, 헬스케어, 금융, 채권, 금, 리츠까지 끝도 없이 나온다. 처음 접한다면 오히려 이것 때문에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전부 알아보려 하기보다는, 기본 유형 몇 가지부터 보는 편이 낫다.
- 기초지수 — S&P 500, KOSPI 200처럼 대표 지수를 그대로 따라간다. 뉴스에서 「○○ 지수 몇 포인트 상승」이라고 할 때의 그 지수다. 전체 경제의 성장을 따라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 가장 먼저 살펴보기 좋다
- 성장주 —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성장주 지수를 중심으로 담는다
- 배당 — 배당을 꾸준히 주거나 배당이 늘어나는 기업을 담는다.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상당히 높다
- 섹터 — 반도체·금융·헬스케어·에너지처럼 특정 산업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채권·원자재·리츠·국가별·액티브·레버리지·인버스 등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부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기초지수 → 성장 → 배당 → 관심 있는 섹터 정도로 범위를 넓혀가며 ETF라는 상품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ETF를 발견했다면, 어디까지 알아봐야 할까?
ETF를 검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다.
수익률, 분배금, 총보수, 보유 종목을 한눈에 견줄 수 있어서 탐색하는 단계에서는 좋은 정보원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면, 자산운용사의 공식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았다면 그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다음을 직접 확인해 보자.
-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가
-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고 있는가
- 총보수는 얼마인가
- 분배금은 어떻게 지급되는가
- 순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비교 사이트에서 숫자를 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내 돈이 들어갈 상품이라면 그것을 만든 회사가 직접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나 역시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정리해 놓은 자료를 먼저 찾아봤고, 지금도 비교 사이트를 많이 활용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투자할 상품을 정할 때만큼은 공식 홈페이지에 한 번 더 들어가 보는 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습관이 내가 사려는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이 된다.
ETF를 알아간다는 것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나는 좋은 기업을 찾는 데 집중했다. 지금도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ETF를 알게 된 이후, 투자라는 것이 꼭 「좋은 기업 하나를 찾아내는 게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시장에 투자할 것인지, 어떤 산업에 투자할 것인지, 어떤 투자전략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 알고 투자하는 것이다.
처음 ETF를 접했을 때의 나처럼 이름만 보고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하며 매수하기보다는, 이 ETF가 무엇을 추종하는지,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왜 내가 이 상품에 투자하려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
그 정도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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