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금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왜 계좌 총액은 그대로일까?
분배금이 아주 많이 나오는 상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실제로 찾아보니 이름에 커버드콜이 붙은 상품들이었다.
매달 들어온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계좌에 숫자가 찍히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이 정도로 나온다면, 값이 좀 안 올라도 괜찮은 것 아닌가?
몇 달 동안 분배금은 약속대로 들어왔다. 들어온 날짜와 액수를 적어 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계좌를 통째로 놓고 보니 이상했다. 받은 돈은 쌓였는데 자산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받은 돈이 어디선가 빠져나간 돈과 서로 맞물려 있는 것 같았다. 그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손해를 본 것도 아니어서 더 헷갈렸다. 잃지도 않았는데 늘지도 않은 상태가 몇 달 이어졌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상품이 무엇을 팔아서 그 돈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내가 무엇을 내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커버드콜은 무엇을 파는 상품일까?
이름부터 낯설지만 하는 일은 두 가지뿐이다.
- 주식이나 지수를 보유한다
- 그것을 정해진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남에게 판다
이렇게 보유한 자산에 대해 살 권리를 팔아 두는 방식을 커버드콜이라고 한다.
권리를 사 간 쪽은 값이 그 선을 넘으면 정해진 값에 사 갈 수 있고, 넘지 않으면 그냥 권리를 쓰지 않는다.
집을 넘길 값을 미리 정해 두고 계약금을 받아 두는 것과 비슷한 자리다.
앞에 붙은 「커버드」는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넘기겠다고 파는 경우와 달리, 넘겨야 할 때 넘길 물건이 이미 있어서 「덮여 있다」고 부른다.
권리를 판 대가로 받는 돈이 있다. 이 돈을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ETF가 이렇게 투자자에게 내주는 돈을 분배금이라고 한다.
커버드콜은 값이 오를 몫의 일부를 미리 현금으로 바꿔 두는 방식이다.
이 한 줄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조금 뒤에 그 현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따져 보는 자리가 나오는데, 나는 그 돈을 공짜로 얹어 주는 돈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는 비율은 상품마다 다르다. 보유한 것 전부에 대해 파는 상품도 있고 일부만 파는 상품도 있다.
전부 파는 쪽일수록 들어오는 돈이 많고, 대신 뒤에서 볼 대가도 커진다.
파는 일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해진 주기마다 값을 다시 정해 새로 판다.
날마다 파는 상품, 주마다 파는 상품, 달마다 파는 상품이 따로 있다. 자주 팔수록 들어오는 돈이 고르게 잡히는 편이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다.
회사가 벌어서 주는 배당은 회사의 이익에서 나온다.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임차인이 낸 돈에서 나온다.
출처가 밖에 있다.
커버드콜에서 나오는 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앞으로 얻을 수도 있었던 몫을 지금 현금으로 바꿔 받는 것이다.
없던 돈이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리에 있던 것을 시점만 앞당겨 꺼낸 것에 가깝다.
이 돈은 남이 준 돈이 아니라, 내가 내준 것의 대가다.
그러니 분배금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판정할 수 없다.
많이 팔면 많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돈의 크기는 그 상품이 얼마나 많이 내주기로 했는지를 알려 줄 뿐이다.
「높은 분배금」이라는 말이 만들어지는 자리도 여기다.
오를 몫을 더 많이, 더 낮은 선에서 잘라 내면 들어오는 돈이 커진다. 「많이 잘라 많이 준다」에 가깝다.
그러니 분배금이 유난히 큰 상품을 볼 때는 무엇을 얼마나 잘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재원이 하나가 아닌 상품도 있다.
배당을 주는 종목을 보유하고 그 위에서 권리를 파는 상품이라면, 회사가 준 배당과 권리를 판 대가가 함께 들어온다.
반면 지수를 보유하고 권리만 파는 상품이라면 재원은 사실상 뒤엣것 하나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값이 움직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내가 처음에 했던 계산이 여기서 어긋났다.
나는 분배금을 이자처럼 놓고 봤다. 원금은 그대로 있고 그 위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여겼다.
실제로는 원금이 자랄 폭을 줄여서 만든 돈이었다.
이자는 원금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따로 붙는 돈이다. 이 상품의 분배금은 그런 자리에 있지 않다.
두 가지를 같은 칸에 놓고 비교하면 계산이 처음부터 어긋난다.
오르는 날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숫자를 넣어 끝까지 따라가 보자.
만 원짜리를 보유한 상태에서 만 오백 원에 살 권리를 팔고 200원을 받았다고 하자.
- 값이 만 이천 원까지 오르면 → 만 오백 원까지만 내 몫이고, 거기에 받은 200원을 더해 10,700원이다
- 값이 만 원 그대로면 → 권리는 쓰이지 않고, 받은 200원이 그대로 남아 10,200원이다
- 값이 9,000원으로 내리면 → 9,000원에 200원을 더해 9,200원이다
그냥 보유하기만 했다면 각각 12,000원, 10,000원, 9,000원이었다.
세 줄을 나란히 놓으면 이 상품의 성격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쪽이 잘리고 아래쪽은 조금 받쳐진 모양이다.
가운데 줄과 아랫줄에서는 이 방식이 낫다. 오르지 않는 구간과 내리는 구간에서 200원이 그대로 도움이 된다.
문제는 윗줄이다. 크게 오른 날에 1,300원을 놓쳤다.
내리는 것은 그대로 맞고, 오르는 것만 잘린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받은 200원이 손실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9,000원으로 내렸을 때 800원 손해는 그대로 남았다.
줄어든 것은 손실의 크기이지 손실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놓친 1,300원은 수익이 줄어든 것이지 원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두 가지를 섞으면 이 상품이 실제보다 안전해 보이거나 실제보다 나빠 보인다.
어느 쪽으로 헷갈리든 고를 때 쓰는 기준이 흔들린다.
이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 둘 만하다.
권리를 파는 일은 주기마다 다시 이뤄진다. 오르는 구간이 이어지면 잘리는 일도 이어진다.
이것이 쌓이면 결과가 갈린다.
시장이 여러 해 오르는 동안 그냥 보유한 쪽은 그 상승을 다 받지만, 이쪽은 매번 잘린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내가 몇 달 동안 겪은 것도 그 앞부분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몇 달로 이 상품의 성격을 다 봤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기까지 든 예는 가장 단순한 시장 상황을 대입해 본 것이다. 보유한 자산 전부에 대해 늘 같은 방식으로 권리를 파는 형태다.
요즘 나오는 상품은 이 부분을 손대고 있다. 파는 비중을 그때그때 조절하거나, 오를 몫을 남겨 둘 종목을 따로 섞는 식이다.
위쪽이 잘리는 문제를 줄여 보려는 시도다. 흔히 2세대, 3세대로 표방되는 쪽이 그렇다.
다만 그 조절은 운용사가 판단해서 하는 일이다. 판단이 들어가는 만큼 운용에 드는 비용도 대체로 높은 편이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잘린 몫을 덜 내주는 대신 해마다 나가는 비용을 더 내는 것이라, 무엇을 내줄지가 바뀐 것에 가깝다.
받은 돈이 모자란 달에는 무엇으로 채울까?
권리를 판 값은 달마다 같지 않다. 시장이 조용하면 그 권리가 싸져서 받는 돈이 줄어든다.
그런데 분배금을 「매달 얼마」로 미리 정해 두고 내주는 상품이 있다. 들어온 돈이 그 액수에 못 미치는 달이 생긴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보유한 자산에서 그만큼을 떼어 내 채운다.
이 몫에는 이름이 따로 붙어 있다. 자본 환급이다. 번 돈을 나눠 준 것이 아니라 내 몫의 일부를 헐어서 돌려준 것이다.
받는 쪽에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계좌에 찍히는 숫자는 같은 날 같은 액수다.
다만 그만큼 자산이 줄어 있다.
자리를 짚어 두면 이렇다.
- 권리를 판 값 → 밖에서 들어온 돈
- 자본 환급 → 내 몫을 헐어 돌려준 돈
- 둘의 비율 → 그 분배금이 이어질 수 있는지
자본 환급으로 채운 분배금은 번 돈이 아니라 내 몫을 미리 꺼내 준 것이다.
이 칸이 특히 문제가 되는 자리가 있다. 아주 높은 분배율을 내세우는 상품이다.
들어오는 돈으로 그 액수를 못 채우면 나머지는 계속 자산에서 나온다. 분배금은 약속대로 들어오는데 값은 계속 깎이는 상태가 이어진다.
나도 이 칸을 한동안 본 적이 없다. 매달 들어오는 액수만 세고 있었다.
확인할 곳은 정해져 있다. 운용사가 내는 분배금 자료에 그 돈의 원천이 나뉘어 적혀 있다.
얼마가 번 돈이고 얼마가 자본 환급인지가 그 표에 있다.
그러면 언제 쓰는 상품일까?
이 상품이 힘을 내는 구간은 분명하다.
- 값이 옆으로 기는 구간 → 받은 대가가 그대로 남는다
- 천천히 내리는 구간 → 손실을 얼마간 덜어 준다
- 크게 오르는 구간 → 가장 불리하다
한 가지 더 있다. 값이 내려가면 그다음 분배금도 대개 줄어든다.
받는 돈이 자산의 크기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값이 빠지는 동안 들어오는 돈까지 같이 얇아지는 구간이 있다.
그래서 상품 설명에서 볼 곳도 정해져 있다.
보유한 것 가운데 얼마나 팔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선에서 팔았는지 두 가지다.
많이 팔고 가까운 선에서 팔수록 들어오는 돈은 커지고 오를 여지는 좁아진다.
이 두 가지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내줄 생각인지의 문제다.
그러니 이 상품을 고른다는 것은 앞으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에 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판단 없이 분배금만 보고 고르면, 정작 시장이 좋을 때 혼자 못 따라가는 자리에 서 있게 된다.
나는 그 판단을 한 적이 없는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기서 이름을 나눠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분배금 → 이번 달에 내 계좌로 들어온 돈
- 수익 → 내 자산이 처음보다 늘어난 크기
하나는 「얼마가 들어왔는가」의 문제고, 하나는 「내 것이 얼마나 늘었는가」의 문제다.
커버드콜에서는 이 둘이 특히 잘 어긋난다. 분배금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자산은 제자리인 상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들어온 돈을 세는 칸과 늘어난 것을 세는 칸은 다른 칸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주력으로 삼을 상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달 들어오는 돈이 주는 안심이 판단을 무디게 만드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도 내 기준이다. 당장 쓸 현금이 규칙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는 성격이 맞는 도구일 수 있다.
그 사람에게는 크게 오를 몫을 내주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거래다.
쓸 곳이 정해진 돈을 정해진 날짜에 받는 값으로 오를 몫을 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계산이 맞는 선택이다.
들어온 돈과 늘어난 돈은 다른 칸이다
지금도 분배금이 많이 나오는 상품은 눈에 잘 들어온다. 그 점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숫자를 볼 때 옆 칸을 같이 본다.
- 이 상품은 보유한 자산을 정해진 값에 살 권리를 팔아 돈을 만든다
- 그 돈은 밖에서 온 돈이 아니라 오를 몫을 미리 바꿔 받은 돈이다
- 내리는 것은 그대로 맞고 오르는 것만 잘린다
- 그래서 분배금이 쌓여도 자산은 제자리일 수 있다
분배금이 많다는 것은 많이 내주기로 했다는 뜻이지, 많이 벌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 보면, 받은 돈과 빠져나간 몫이 맞물려 있던 것이 맞았다.
다만 그때의 내가 그 둘을 숫자로 맞춰 볼 수 있었느냐 하면 아니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 전부다.
그러니 오늘도 하나만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분배금 액수 옆에서 그 상품의 값이 그동안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같이 보는 것.
받은 돈이 쌓이는 동안 값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나란히 놓으면 두 칸이 한눈에 보인다.
한쪽만 보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품이, 두 칸을 같이 놓으면 다르게 읽힌다.
받은 돈을 적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그 기록 덕분에 뒤늦게라도 어긋난 자리를 찾았다.
매달 들어오는 돈은 지금도 반갑다. 그 돈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고 받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