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비슷하고 다루는 주제도 같은데, 왜 보수는 두 배쯤 차이 날까?
ETF를 고르다 보면 같은 주제를 다루는 상품이 여러 개 나온다. 이름도 비슷하고 설명도 비슷하다.
그런데 나란히 놓고 보니 보수가 눈에 띄게 달랐다.
처음에는 운용사의 사정이라고 생각했다. 큰 곳은 싸게 받고 작은 곳은 비싸게 받나 보다 했다.
그런데 같은 운용사의 상품끼리도 차이가 났다.
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값을 더 받는 쪽은 무엇을 더 하는 걸까?
답은 상품 설명 첫 줄에 이미 적혀 있었다. 한쪽에는 어떤 지수를 추종한다고 적혀 있었고, 다른 쪽에는 그런 문장이 없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이건 그냥 소개 문구겠지」 하고 읽고 지나쳤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따라가는 ETF와 고르는 ETF가 실제로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왜 값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다.
따라가는 ETF는 무엇을 하는 걸까?
정해진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상품을 패시브 ETF라고 한다. 지수에 든 종목을 지수에 든 비중대로 보유하는 상품이다.
여기서 자리를 하나 짚어 두자.
구성 종목을 정하는 쪽은 운용사가 아니다. 지수를 만드는 곳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구성 종목을 교체하고, 운용사는 그 결과를 따라간다.
어떤 기업이 빠지고 어떤 기업이 들어올지를 운용사가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패시브에는 판단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어떤 기업을 몇 개까지, 무슨 기준으로 넣을지 정하는 일 자체가 판단이다. 다만 그 판단은 상품이 나오기 전에 끝나 있고, 규칙으로 적혀 있다.
「사람이 판단하지 않는다」와 「판단이 규칙으로 굳어 있다」는 다른 말이다. 패시브는 뒤쪽이다.
그 규칙이 어떤 것인지는 지수마다 다르다.
덩치가 큰 순서로 줄을 세우는 지수도 있고, 배당을 많이 준 순서로 세우는 지수도 있다. 어느 쪽을 골랐느냐가 그 상품의 성격을 거의 다 정한다.
그러니 패시브를 고르는 일은 사실 지수를 고르는 일에 가깝다.
패시브에서 종목을 고르는 일은 이미 지수 쪽에서 끝나 있다.
이 자리를 잘못 알면 상품을 잘못 읽는다. 나도 한동안 운용사가 알아서 좋은 종목을 골라 주는 줄 알았다.
실제로는 운용사가 하는 일이 다르다. 정해진 목록을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따라가느냐가 그쪽의 몫이다.
그래서 패시브 상품끼리는 비교할 거리가 좁다.
같은 지수를 추종한다면 안에 든 종목이 사실상 같다. 남는 것은 비용과 따라가는 정확도 정도다.
나는 처음에 이것을 시시하다고 느꼈다. 고를 것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로 본다. 비교할 것이 적다는 말은 내가 확인할 것이 적다는 말이기도 하다.
확인할 것이 적으면 확인을 거를 일도 줄어든다.
지수는 여기서 따라가야 할 목표다.
이 말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조금 뒤에 같은 지수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자리가 나오는데, 나는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고르는 ETF는 무엇이 다를까?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운용사가 직접 종목과 비중을 정하는 상품을 액티브 ETF라고 한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아무렇게나 고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상장된 액티브 ETF는 견줄 지수를 반드시 하나 두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고른다.
운용사가 판단하는 몫은 그 범위 안쪽이다.
이 범위는 권고가 아니라 상장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지수에서 너무 멀어진 상태가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여기서 앞의 이야기와 자리가 갈린다.
패시브에서 지수는 따라가야 할 목표고, 액티브에서 지수는 잘했는지 재는 잣대다.
하나는 「무엇을 보유할 것인가」의 문제고, 하나는 「잘 골랐는가」의 문제다.
같은 지수라도 한쪽에서는 목표가 되고, 다른 쪽에서는 잣대가 된다.
이 둘을 섞으면 상품을 거꾸로 읽는다.
나는 액티브 상품의 설명에 적힌 지수를 보고 그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인 줄 알았다. 실제로는 그 지수보다 잘하겠다는 뜻이었다.
따라간다는 말과 이겨 보겠다는 말은 정반대인데, 같은 이름 옆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래서 액티브 상품에는 이겼는지 졌는지가 늘 따라다닌다. 넘어야 할 선을 스스로 적어 두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패시브에는 그 질문이 없다. 목표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붙어 다니는 것이다.
또 하나 알아 둘 것이 있다. 액티브라고 해서 종목이 자주 바뀌는 것도, 위험이 늘 큰 것도 아니다.
바뀌는 폭과 빈도는 상품마다 다르고, 그것을 정하는 쪽이 운용사라는 점만 공통이다.
고르는 상품이라도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볼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ETF는 보유 종목을 날마다 공개하기 때문에, 운용사가 무엇을 골랐는지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두 쪽이 같다.
그러니 고르는 쪽이라고 해서 깜깜이로 맡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목록을 보는 일은 내 몫으로 남는다. 골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가 안 봐도 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왜 고르는 쪽이 더 비쌀까?
값의 차이는 하는 일의 차이에서 나온다.
따라가는 쪽은 정해진 목록을 그대로 사면 된다. 목록을 만드는 판단은 지수 쪽에서 이미 끝나 있다.
반면 고르는 쪽은 그 판단을 직접 해야 한다. 무엇을 볼지 정하고, 자료를 모으고, 사람을 두고, 정기적으로 다시 판단한다.
그 비용이 보수에 들어간다.
구성 종목을 더 자주 교체하면 매매 비용도 그만큼 더 발생한다.
운용하면서 실제로 나가는 이런 비용까지 더한 값이 내가 실제로 부담하는 값이다.
따라가는 쪽은 값을 내리기도 쉽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여러 개 나오면 안에 든 종목이 사실상 같으니, 남는 경쟁거리가 비용밖에 없다.
고르는 쪽은 그 자리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값이 아니라 고른 결과로 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주제라도 따라가는 상품이 여럿이면 값이 내려가고, 고르는 상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보수의 차이는 사람이 판단하는 몫의 값이다.
여기서 숫자를 한 번 넣어 보자.
두 상품의 비용 차이가 연 0.5퍼센트라고 하자. 고르는 쪽은 해마다 0.5퍼센트를 더 벌어야 겨우 비긴다.
더 벌지 못한 해에는 고른 값만 치른 셈이 된다.
이 계산이 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값을 더 내는 쪽을 고를 때는 한 번쯤 해 볼 계산이다.
그래서 액티브를 볼 때 나는 질문을 하나 바꿔 하게 됐다.
더 잘할 것 같은가가 아니라, 매년 이만큼을 더 벌어 줘야 하는 조건을 감당할 만한가다.
다만 비싼 쪽이 손해라는 말은 아니다.
지수가 없거나 지수로 담기 어려운 주제도 있고, 그 자리에서는 고르는 쪽 말고 선택지가 없다.
새로 생긴 주제일수록 그렇다. 따라갈 지수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비싼 값이 실력의 증거인 것도 아니다. 값은 하는 일의 값이지 결과의 값이 아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봐야 할까?
두 상품은 봐야 할 곳이 다르다.
- 패시브 →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가 · 비용 ·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왔는가
- 액티브 → 무엇을 견줄 지수로 두었는가 · 비용 · 그 지수보다 잘했는가
패시브는 구성 종목이 지수로 정해져 있으니 확인이 빠르다. 지수 이름만 보면 무엇을 보유하는 상품인지 대충 그려진다.
액티브는 그렇지 않다. 이름만으로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구성 종목 목록을 직접 봐야 한다.
내가 액티브 상품에서 놀랐던 것도 여기였다. 이름에서 짐작한 것과 실제 목록이 꽤 달랐다.
목록은 운용사 공식 정보에서 볼 수 있고, 상위 몇 종목만 훑어도 성격이 대충 잡힌다.
거기서 낯선 이름만 줄줄이 나오면 나는 일단 보류한다.
패시브는 지수를 확인하면 되고, 액티브는 목록을 확인해야 한다.
성과를 볼 때도 자리가 다르다.
패시브에서 지수와 조금 어긋나는 것은 정상이다. 비용과 매매가 끼기 때문에 완전히 붙어 다니지는 않고, 대체로 조금 뒤처진다.
액티브에서 지수보다 뒤처졌다면 그것은 고른 결과가 그만큼이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확인하는 자리도 달라진다.
패시브는 지수와 얼마나 붙어 다녔는지를 보고, 액티브는 견줄 지수를 넘었는지를 본다. 같은 화면을 봐도 읽는 줄이 다르다.
다만 한 해나 두 해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잘 골라서 앞선 것인지 그 해 시장이 그쪽으로 기울었던 것인지, 짧은 기간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내가 들고 있던 상품에 대해서도 나는 아직 그것을 가려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패시브 쪽에서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는 연습이 먼저이고, 그 확인이 패시브 쪽에서 훨씬 쉽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름이 아니라 하는 일을 본다
지금도 같은 주제를 다루는 ETF는 여러 개씩 나온다. 이름은 여전히 비슷하다.
하지만 이제는 설명 첫 줄을 다르게 읽는다.
- 어떤 지수를 추종한다고 적혀 있으면 → 종목은 지수 쪽에서 정해진다
- 견줄 지수만 적혀 있으면 → 종목은 운용사가 고른다
- 고르는 쪽은 그 판단의 값이 보수에 들어간다
- 그래서 고르는 쪽은 그 값만큼을 더 벌어야 비긴다
같은 지수가 한쪽에서는 살 목록이 되고, 다른 쪽에서는 넘어야 할 선이 된다.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 보면, 값을 더 받는 쪽은 사람이 하는 판단을 더 하고 있었다.
그 판단이 값어치를 하는지는 상품마다 다르고, 그것은 내가 대신 답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추종」이라고 적힌 상품과 「비교」라고 적힌 상품은 그 한 단어에서 이미 갈려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하나만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눈여겨보는 ETF의 설명에서 지수 이름 앞뒤를 읽어 보는 것.
추종한다고 적혀 있는지, 견준다고 적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 한 단어로 상품의 성격이 갈린다.
보수가 왜 그 값인지도 대개 거기서 설명된다.
그 한 줄을 읽는 데 몇 초면 된다. 나는 그 몇 초를 아끼느라 한동안 엉뚱한 기준으로 상품을 골랐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하는 일까지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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